편필(便祕) - 2



“…대체 어떤 일이기에……”


방금 전의 황당함이 아직 다 가신 것도 아니건만, 그 말은 카카시가 이 이후로 들을 말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츠나데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필요이상으로 커다랗게 외쳤다.


“변비다!”


……쿨럭……….

카카시는 뭐에 얹힌 것처럼 헛기침을 했다. 앞뒤 상황이 어떻든 ‘변비’라는 단어가 주는 민망함에 식은땀이 삐질 솟아나왔다. 아니… 변비 같은 걸로 챠크라 컨트롤이 안 될 리가… 라기 보다, 딱히 변비도 아닌……데…?


“벼,, 변비라니, 그게 무슨…?”

“…쯧, 챠크라팔문경락계경화증(チャクラ八門經絡系硬化症)이란 정식명칭이 있긴 하다만, 쉽게 말해 내용물만 챠크라일 뿐 변비랑 비슷하단 거다.”

“그, 그렇군요…. 그런 게 있다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제가 왜…”

“그러니까 네가 한심하단 거다! 웬만큼 제 몸 관리를 안 하지 않고서야 걸리지 않는 거라 나도 오래 전에 혼자서 어설프게 챠크라 수련을 하다 병이 난 일반인한테서 본 게 전부인 증상이다.”


으이그, 하고 츠나데는 꼭 머리라도 쥐어박을 듯 으르렁댔다. 한마디 한마디 설명을 해주는 게 동시에 전부 꾸지람이기도 했다. 때문에 계속 주눅이 들어가던 카카시는 더 캐묻지 않고 츠나데가 알아서 설명해주기를 기다렸다.

팔문이라면 너도 잘 알겠지, 로 시작한 츠나데의 설명은 이랬다. 챠크라가 흐르는 경락계도 혈관처럼 부산물이 쌓이거나, 관 자체가 붓거나 해서 흐름이 원활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식습관 때문에 막히고는 하는 혈관과는 달리, 경락계는 닌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주로 신체가 받는 스트레스와 무리한 챠크라 운용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팔문은 경락계 중에서도 챠크라 혈이 집결되는 곳이다. 챠크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뭉치게 되는 곳이 팔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츠나데는 머리에 있는 개문‧휴문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챠크라가 컨트롤되지 않는 것이 어딘가에 뭉쳐서가 아니라면, 그때야 말로 정말 고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맥을 짚어 내려갈수록 표정이 굳었던 것이었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확인한 7번째 문, 경문에 찾던 결과가 있었지만.

모든 닌자들이 일반적으로 조금씩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으나 카카시만큼 심해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피곤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치면 제대로 치료를 하고,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챠크라를 쥐어짜내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적당히 쉬어주는 것만으로 약간의 흐름문제 정도는 회복이 가능한 것이다.

카카시의 경우 사륜안 때문에 항상 무리를 많이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츠나데가 보기에 이 지경까지 될 수 있는 건 사륜안은 개뿔, 휴식과 치료를 마다하고 무리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카카시의 오랜 습관 탓이 컸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큰 일이 아니라 안심했으면서도, 짜증과 한심함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었다. 명색이 천재라고 불리는 놈이… 쯧쯧, 미련한 것.

카카시는 중간중간 섞여있는 츠나데의 거친 언어들에도 불구하고, 그간 겪었던 일의 원인도 알게 되고 치료가 어렵지도 않을 것 같아서 굉장히 후련했다. 솔직히 이렇게 별일도 아닌 건 줄 알았다면 진작 진료를 받아볼 걸, 하는 후회도 조금 들었다. 우습게도 자신이 얼마나 안심하고 있는지를 느끼고서야, 사실은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 것이다. 안도감에 츠나데의 타박도 대수롭지 않았다. 츠나데님도 큰 일이 아니라서 오히려 마음을 놓고 더 이러는 것이겠지…, 카카시는 저 좋을 대로 생각하며 잔소리는 쿨하게 흘려버렸다. 그리고 정말로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럼 치료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불만스러운 중얼거림을 잔뜩 쏟아내고 있던 츠나데가 카카시의 물음에 다시 한 번 인상을 썼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며 위압적인 포즈로 어떻게냐니,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대답했다. 아까처럼 필요이상으로 큰 목소리였다.


“관장해야지!”

“관…… 아, 예. 그렇군요….”


카카시는 의외의 대답에 또 한 번 어지러움을 느꼈다. 도대체 아까부터 이 대화는 어딘지 굉장히 창피하고 민망하게만 돌아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관장이라니… 그건 진짜 변비에나 하는 것 아니던가. 도대체 이 경우의 관장이라는 건 뭐란 말인가. 아무래도 변비라고 말한 것처럼 은유일 가능성이 큰 것 같지만, 진짜 의미가 뭔지…는 왠지 알고 싶지 않은 것이 카카시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미간엔 잔뜩 주름이 졌는데 입가엔 웃음까지 비치는 것 같은 의미심장한 츠나데의 표정에서 카카시는 크나 큰 불안을 느꼈다.


“일반적으로는 물리적인 자극만으로도 뭉친 걸 어느 정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그 자극에 챠크라가 더해지면 더 좋고. 임무하면서 적들한테 얻어맞으면 뭐, 맞는 본인이야 아프겠지만 치명적인 것만 아니라면 사실 경락계엔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하지. 너의 경우는… 애초에 맞을 일도 별로 없는데다가 요즘은 저랭크 임무 투성이였으니 더더욱 그랬겠지. 그렇다고 논 것도 아니니 결국 자극 없이 피로만 쌓인 꼴인 거다. 쯧쯧.”

“그런 식이라면, 굳이 관…장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닙니까?”

“내가 ‘일반적으로는’ 이라고 했지, 네 경우라고 했느냐? 너는 컨트롤이 불가능할 만큼 뭉쳐 있으니 보통의 방법으로는 턱도 없다! 나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니까. 아주 아랫배에서 챠크라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요동을 치는구만, 뱃속에 구미호를 집어넣고 있는 나루토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대체 너는 어떻게 된 놈이…”


또 길어지는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카카시는 괜한 질문을 한 자신을 탓했다. 한동안 타박이 계속되다가 이야기는 자연히 ‘관장’을 하는 방법으로 흘렀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경문 깊숙이 챠크라로 자극을 주어 뭉친 곳을 천천히 풀어내는 것이다. 다른 팔문이었다면 특별히 제조된 챠크라를 발산하는 약을 먹거나 더 간접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겠지만, 경문의 위치상 에널을 통해 직접적인 자극을 주는 ‘관장’을 하면 된다는 게 츠나데의 설명이었다. 츠나데는 다른 곳보다는 낫다며,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카카시는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도대체 그 짓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츠나데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 말부터가 너무도 민망해서 얼굴이 폭발이라도 할 것 같았다.


“처음에 들어가면 당연히 좀 아플 거다. 그냥도 아플 텐데 챠크라로 자극까지 줘야 하는 상황이니. 챠크라는 뭉쳐 있는 데서 가까운 곳부터 컨트롤이 가능해지니까, 변화를 확인하려면 너도 거기다 챠크라를 모아 보면 된다. 어차피 남의 챠크라에 의한 자극이니, 공격을 방어한다고 생각하고 하면 되겠지. 알아들었느냐?”

“……아… 네……….”

“흠…, 그래서, 언제 어떻게 할 거지?”

“…예?”

“내가 담당의니 알 건 알아야지. 그리고 상황을 알아야 내가 임무배정에도 손을 쓰고 할 것 아니더냐?”

“아……. 그렇겠죠…. 에― 그러니까 그게…”


카카시는 지금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제정신으로 받아들이는 것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런 짓을 언제 어떻게냐니, 당연히 혼자서 어떻게든…. 머릿속으로 황망하게 이 생각 저 생각 이어가는 카카시를 내려다보며 츠나데가 쯧, 혀를 찼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카카시의 입장을 생각해서 하지 않았던 말을 꺼냈다.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긴 하지. 해주랴?”


츠나데는 보란 듯이 카카시 눈앞으로 손가락 두 개를 척, 들고 그 끝에 챠크라를 모았다. 카카시는 순간 악몽이라도 꾸다가 깬 사람처럼 히익,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이건 저 혼… 아니, 어떻게든 할 테니까―”

“뭐 어떻다고 그러냐. 실질적으로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

“아, 됐다고요. 츠나데님께 어찌 그런 일을……”


저도 모르게 약간 짜증 섞인 말을 하던 카카시는 우연히 시즈네와 눈을 마주쳤다. 시즈네는 작게 헛기침을 하며 괜스레 붉어진 얼굴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카카시는 저 분은 왜 아직도 여기 남아 있는 걸까, 하고 말도 안 되는 원망스러운 마음까지 들기 시작했다. 얼굴이 열로 녹아내릴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이며 이마를 짚어냈다. 이어서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쉰 카카시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 차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정말…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겁니까?”

“하나 있긴 하지. 챠크라를 발산할 수 있는 삽입기구를 직접 제조하는 거다.”

“그럼 그거라도…”

“그건 최소 2주는 걸리는 일이야. …카카시, 넌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재다. 훨씬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이 있는데도 널 그렇게 오래 놀릴 수는 없어.”


츠나데는 사뭇 무겁고 진중한 음성으로 말하며 카카시의 어깨를 힘 있게 잡았다.


“나는…, 나뭇잎 마을은, 네가 필요하다, 카카시.”

“…….”


카카시는 대답 없이 가만히 눈을 내리깔았다. 츠나데는 그것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카카시가 필요한 것 보다는 마작하러 갈 시간을 그딴 물건을 제조하는 데에 쓰고 싶지 않을 뿐이지만. 어쨌든, 카카시도 빨리 낫는 편이 좋으니 일타쌍피 아닌가.


“…알겠습니다. 그럼, 방법은 알았으니 나머지는 제가…”


어물어물 말을 이어가는 카카시를 츠나데는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았다. 어째 아까부터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는 것이 영 미덥지 못했다. 카카시의 머릿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애인도 있는 놈이 대체 뭐가 걱정일까, 쯧쯧. 어차피 챠크라 컨트롤도 못하는데 혼자서 어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츠나데는 확실히 해두기 위해 카랑한 목소리로 못을 박았다.


“딜도는 안 돼!”


카카시는 깜짝 놀라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을 움찔했다.


“그, 그런…… 아니, 그보다 그런 거 없습니다만.”


딜도라니…. 카카시는 그게 뭡니까, 먹는 겁니까? 라고 되묻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분은 부끄러움이란 걸 알기는 하는 걸까. 이렇게 큰 소리로… 그리고 어째서 당연하게 있다고 단정 짓고 말씀하시는 거지. 카카시는 츠나데가 참으로 못마땅했지만 민망함이 훨씬 컸기에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렸다. 이제 정말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얼른 몸을 일으켰다. 어쩐지 진찰을 받기 전보다 더 기운이 없어 보이는 카카시의 움직임을 보며 츠나데가 잔소리 하듯 덧붙였다.


“네가 애도 아니고… 알아서 한다니 일단 맡겨두겠다만. 명심해라, 기간은 이틀이다. 그 후에도 임무를 못 하네 어쩌네 얼빠진 소리 하고 있으면 강제로 끌어다 눕혀놓고 내 직접 시료를 할 줄 알거라!”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시즈네를 지나쳐 나가던 카카시는 대답할 기운도 없다는 듯 대충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진료실에서 나와 문을 닫을 때쯤 안에서는 쯧쯧, 다시금 츠나데가 혀를 차는 소리가 시작되었지만 카카시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카카시 머릿속은 온통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챠크라가 없어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의미로 현기증이 일었다.



.



호카게 관저를 빠져나온 카카시는 의미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친 시선 속에 담긴 하늘이 무심하도록 높고 푸르기만 했다.


‘변…… 아니, 챠크라팔문경락계경화증이라…….’


진료실 안에서의 상황들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카카시는 귀 끝까지 다시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괜스레 사람이 없는지 주변까지 한번 둘러보고는 푸욱 땅을 향해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츠나데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핀잔을 주긴 했지만,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카카시도 마찬가지였다. 츠나데의 말대로라면―말을 너무 거침없이 하긴 해도 최고의 의료닌자인 건 틀림없고, 진단에 거짓이나 임의로 가감된 내용은 있을 리 없으니― 명백히 본인의 무신경함으로 인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닌자로 산 게 몇 년인데… 위험한 임무를 한 것도 아니고. 아니 오히려, 이 지경이 된 건 최근 어려운 임무가 없어서 더욱 악화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변―…… 하아…. 카카시는 머리에 박혀버린 단어를 날려버리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가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적용하기 위해서 떠올려 본적이 없는 단어였다. 임무 때마다 만성 챠크라 부족에 시달리고 심지어 쓰러져 실려 오는 일도 잦아서, 조루네 뭐네 하는 남자에게 굉장히 실례되는 막드립은 몇 번인가 들어본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신체 건장한 남자인지라― 전쟁도 겪고 죽다 살아나기도 수 십 번에 닌자들조차 평균적으로는 평생 겪지도 못할 산전수전까지 다 겪어 봤으면서도, 세상에 대한 깊은 고뇌 따위를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해본 적은 없었다. 튼튼한 장의 소유자인 카카시에게 그건 그냥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생리적 혹은 의학적 증상으로서 사전적 의미로 밖에는 쓸 일이 없는―사실 그렇게 쓸 일조차 없었던― 용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증상이나 치료법이 이 이상의 비유는 없을 정도로 변비의 그것과 맞아 떨어져서 카카시 스스로도 떨쳐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팔문이라면… 역시 가이가 잘 알고 있겠지….’


잠시 조언이라도 구해볼까 하여 가이를 떠올렸던 카카시는, 곧바로 그 아이디어를 폐기처분 시켰다. 우선 가이에게 챠크라팔문경략계경화증이라는 정식명칭만 들이대며 이 병을 이해시키는 게 가능할 리 없었다. 결국 츠나데처럼 변비와 비슷한 원리라며 비유를 들어주는 방법 밖에는 없는데, 카카시 본인도 벗어나기 힘든 충격적인 단어를, 머릿속에 자가분열하는 아메바만 키우는 가이가 들으면 반응이 어떨지는 보지 않아도 충분히 절망적이었다. 게다가 팔문과 관계가 있기는 해도 희귀증상이니 뭔가 노하우가 있을 거라 보기도 힘들고,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가이가 챠크라가 안 나오는 일 따위를 겪어 봤을 리도 만무했다. 결국 카카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혼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츠나데는 이틀이라는 시간을 주었지만 카카시 입장에서는 기껏해야 반나절이 전부였다. 오늘 내로 한동안 임무를 떠났던 텐조가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텐조는 장기임무로 거의 한 달이나 집을 비우고 있어,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된 근 2주간의 카카시의 상황을 모르는 상태였다. 카카시는 텐조에게 이 사실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다. 병과 치료법의 민망함 때문인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카카시는 그동안 텐조가 무리하지 말라며 몸 걱정해주고 신경써주던 것을, 내심 애정이 지나친 과보호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의식을 했든 못 했든 텐조의 그런 모습을 대하던 자신의 태도는 ‘적당히 흘려버리기’가 전부였던 것이 사실이다. 텐조도 물론 그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매번 카카시를 향해 어휴- 하고 한 숨을 쉬면서도 제 감정에 못 이겨 종국엔 걱정하는 잔소리를 하게 되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결국 ‘문제가 생겨버렸다’라는 모습을 보여주기엔… 텐조에게 너무 미안하고,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서둘러야겠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옮기며, 카카시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원인을 몰라 막연하게 불안하기만 했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머리가 복잡하고 무거웠다. 축 처진 카카시의 어깨를 내리쬐는 늦은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그저 다 잊고 푹 잠이나 자고 싶은 마음만 부추기고 있었다.






- to be continued











 

2013. 3. 9.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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