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 올 때 집 앞길 건너편 집을 바라보는 광경이 좋다. 사진을 찍어봤는데 어두울 때 폰 카메라 너무 구려서 눈으로 보는 걸 나타낼 수 없네.
가로등 주변으로 하얀 빛이 비처럼 떨어지고 짙은 녹색의 작은 처마와 그 위로 드리운 나뭇잎사귀..
초록과 물기와 어둠 속에 가만히 앉아 있는 빛을 보고 있으면 빗소리와 함께 하염없는 시간이 간다.


2.

은혼이 완결 난 것 같은데 맞나. 작년에 감상 쓸 때도 대강 그 당시 최근 네타를 확인한다고 찾아 봤는데(읽는다기 보다 정말 그냥 확인 차) 제대로 못 찾은 건지 그때까진 그런 내용이 아니었던 건지.

여하간 불과 얼마 전에 긴토키가 해결사를 떠나서 스승이 어쩌구 스승이었던 애기?가 어쩌구 하더라는 이야기를 추가로 들었었다.
내가 원래 하던 생각도 있고 그래... 해결사 떠나야 맞다니까! 하고 말았었는데. 생각보다 완결이 빨리 났네.
언젠가 또 시간이 된다면 몰아서 봐야겠다.
애니도 다시 하겠지? 아, 애니는 근데 제작사 바뀐 후로 너무 별로야...

소라치는 은혼 내에서 반쯤은 비웃듯 소년만화의 “모험은 이제부터다!” 하는 결말을 희화화 하곤 했지만.

소라치에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네가 결국 그런 결말을 냈다고 해도 비난하지도 비웃지도 않을 거야.
아니 정확히는, 그런 결말을 냈길 바란다.

나루토도 그렇고 왜 작가 본인들이 소년만화의 정도를 모르는 건지.
성장을 멈추지 않을 영원한 소년을 내게 줘.

제발 애새끼 좀 싸지르지 말고 ㅂㄷㅂㄷㅂㄷㅂㄷ


3.

이번 전당대회 너무 별로였다. 바빠서 신경도 많이 못 쓰긴 했지만. 서로 물어뜯고 싸우고 마타도어 돌리고 시발 어지러워 살 수가 있나. 난 다른 거 모르겠고, 추미애한테 하도 데인 게 많아서 의뭉스럽거나 명백하고 투명해보이지 않으면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건 깨달음.

어떤 다른 사정과 깊은 뜻이 있든 간에 선거판에 나온 정치인이 자신을 광고하면서조차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데 뽑아주면 원하는 걸 해줄까? 당원이 된 후로 지금껏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액션을 해주지 않는 인간이 나중에 보니 “이런 깊은 뜻이! 사실은 문파!!” << 이렇게 되는 꼴 한 번도 본 적 없음.

이 당이 가야할 미래는 어떤 방향일까? 인터넷 쇼핑하듯 폰으로 깔짝여서 당원이 된 사람들이 원하는 당을 만들어 줄 건 누구란 말인가? 비난하고 싶지도 않고 의심하고 싶지도 않고, 실제로도 하고 있지 않다. 내가 원하는 당을 만들어줄 것 같은 사람을 찍었을 뿐. 난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그 시절의 정치는 원하지 않는다.

뭐, 결과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고 빨리 찢이랑 찢빠들이나 안 보게 됐음 좋겠다.
그리고 정부에 이슈 있을 때마다 나서서 논평 내고 문프 쉴드 쳐주고 정국 리드하는 여당 좀 보고 싶다.
나머지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진실을 드러내겠지.


4.

벌써 6일은 일한 거 같은데 이제 목요일인 거 실화냐. 언제쯤 야근 안 하고 밤 안 샐 수 있지? 6일을 일한 것 같은 건 3일 동안 50시간 일해서인가 보다.


5.

그래서 다시 불면증.
그래 이게 문제지... 근데 이것보다 더 더 더 큰 문제는 뭐냐면........ 내가 그닥 낫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에도 불면증 심해서 최근에 약 먹기 시작한 사람이 있는데. 나한테 행복을 되찾았다고 병원 가라고ㅜㅜ

거기다 대고 “불면증이 괴롭긴 하지만 딱히 그렇게까지 낫고 싶진 않아요” 라고 할 수는 없어서 그냥 애매한 표정만 지었다. 좀 전까지 해 안 뜨면 못잔다 오늘 1시간 자고 나옴. 하면서 오만 죽을상 쓰고 있던 인간이 저런 말하면 미친년 같아 보일 거 아니야.

응 그래 미친년 맞긔ㅠ

불면이 먼저인지 우울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 아니야. 우울한 거 같다고 느낀 게 더 먼저인 것 같긴하다. 여하튼 내가 스스로 이걸 막으려고 하지 않아서 더 문제다.

죽을듯이 바쁘고 여유가 없고 그 외엔 별일도, 근심 걱정도 없는 상황에서도 고개를 처들고야 마는.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내가 이 고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이 고통 속에서만 살아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죽고 싶을 때에만
삶의 시간에서 한발짝 나와 그걸 응시할 때에만.

낮을 살던 나는 나였는지
아무 생각 없는 시체같은 건 아니었는지
기억조차 가물한 낯선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상 오늘도 15시간 일한 인간이 떠드는 주저리 끗.


6.

카카시 얘기를 안 하면 섭하지.
얼마전 픽시브 뒤져서 찾은 나루카카가 아직도 눈앞에 어른. 야하고 내용도 좋고 굿. 아. 자기 전에 그거나 한번 더 보고 자야겠다.(잘 수 있는 거 맞냐)

이제 곧 생일이구나. 너 생일인 거 몇달 전부터 생각하며 살았다. 머리 한 구석에 항상 있어 그렇게.

사실 내 머리 한구석에 항상 있는 존재나 생각들이 좀 있다.
어떤 건 사랑하는 것.
어떤 건 그리운 것.
어떤 건 후회.
그리고 죄책감 같은 것들이.

묵혀뒀던 썰이나 다시 꺼내 만져볼까.
판타지 세계관 하나 만드는 게 이렇게 힘들 줄 알았나.

비 오니까 비 맞는 카카시도 보고 싶고.
비 맞는 카카시 쓰려고 쓰던 게 있는데 마무리가 안 돼서 한참을 처박혀 있는. 그걸 다시 꺼내볼까 흠.

보고 싶다.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정말.. 짜증나는 상황.

아직도 애니를 못 보겠다.
전쟁 뒷 부분.

내가... 네타를.. 실시간 연재로 내용을 모르고는 봤어도
알고는 다시 볼 엄두가 안 나 아직도.

단순한 짜증도 아니고.
내용은커녕 그냥 서 있는 모습만 스쳐도 너무 많은 것들이 날 짓눌러서.
언제쯤 무뎌져서 맘 편히 목소리를 듣지?

보고 싶다


내가 숨 막히는 지독한 우울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듯
카카시 너에겐 그곳이 위령비였다는 걸 알아

너에겐 그 과거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거기서 떨어져 나온 파편 앞에서만.

네가 너라고 느끼고 존재의 의미를 찾고
살아갈 이유를 끊임없이 잃어 버리면서
바로 그것만이 삶이라고.
삶이란 그런 것이라고.

요즘도 간혹 네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아직도 아리송하고 복잡해서 글로 남길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해지진 않지만.

네가 왜 위령비에 가는지 거기서 뭘 얻는지
왜 그 공간이 그렇게나 역설적인지 생각할 때마다
한가지 의문이 든다.

오비토가 너에게 준 것은 진정 삶의 차원인가?
뒤집어 생각하면 숨 쉬는 모든 순간이 죽음과 같은 걸.
넌 거기서 과거를 유영하는 것도 아니고
추억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
생각에 빠지거나 그 시절로 돌아가는 정도가 아니야

너에게 위령비는 죽음 그 자체.
넌 거기 죽으러 가
오비토의 위령비가 아니라 그냥 네 무덤이잖아.

그래서 아직도, 다시 묻곤 해
오비토가 네게 준 게 무엇이었는지.

내가 고민하는 그 긴 이야기 속에서도 결국 그 문제야. 난 결국 그게 쓰고 싶은 걸까. 갈팡질팡하면서.

너에게 무엇을 주었다고 할까. 삶? 죽음?
인생이라는 긴 숙제는 결국 어떤 결말로 끝나?
너는 뭘 원해?
난 뭘 원하지?

2018. 8. 3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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