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필(便祕) - 1



한낮의 햇빛이 눈부시게 들이치는 호카게실. 츠나데는 여느 때처럼 인상을 잔뜩 구긴 채 쌓여있는 두루마리들 앞에 앉아 있었다. 1초라도 빨리 끝내버리고 마작이나 하러 가고 싶은 마음에 대충 아무나 생각나는 닌자들을 임무에 배정하는 덕에, 두루마리 더미는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시즈네는 옆에서 그 닌자는 아까 넣으셨잖아요, 그 분은 지금 다른 임무 중이에요, 등등의 잔소리를 하며 명망 높은 닌자마을 나뭇잎의 행정이 마을 최고의 존위를 상징하는 무책임한 도박중독자 호카게에 의해 꼬이지 않도록 하는 중대한 임무수행 중이었다.

정신없이 움직이던 츠나데가 어느 순간 멈칫, 손을 멈추고 한 두루마리에 날카로운 시선을 꽂았다. 지금 책상에 쌓인 두루마리들은 딱 봐도 평화롭고 나이브한 녹색, 존재감조차 희미한 미색이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청색이 드문드문 섞여 있는 정도. 그런데 처리되어 한 쪽으로 치워지는 양이 늘어나면서 속에 묻혀 있던 적색 두루마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츠나데는 시즈네를 나무라듯 흘겨보며 그 두루마리를 집어 들었다.


“이런 건 모아서 따로 주란 말이야.”

“분류해 놓는데… 어쩌다 섞여 들었나 봐요, 요즘은 워낙 랭크 낮은 일들뿐이라….”


적색은 임무가 A랭크임을 의미했다. 츠나데는 미간에 지금까지보다 더 깊은 주름을 만들며 두루마리를 주욱 펴 보았다.


“흐음….”


암부를 쓸 만큼 은밀히 움직일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임무 중 그 정도 급의 타국 닌자들을 만날 가능성은 있다. 기본적으로 정확한 판단력과 빠른 결단력, 민첩한 행동력이 필요한 의뢰였다. 이런 일엔 그 녀석 만한 적임자가 없지…. 츠나데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시즈네, 카카시는 지금 뭘 하고 있지?”

“카카시씨는 호랑이에게 줄 캣타워를 번개나라에서만 나는 특별한 재료로 만들고 싶다는 영주님 부인의 의뢰로…”


시즈네의 대답에 츠나데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도 그 임무 중이란 거냐? 그깟 돌이랑 나무 몇 뿌리 캐는 데 뭐 이렇게 오래 걸려?”

“글쎄요…, 무슨 일인지 사흘정도 늦어질 거라고 중앙처로 전갈이 왔었는데, 그게 사흘 전이니까…”

“오늘 돌아오겠군.”

“네.”

“도착하면 바로 들르라고 해. 임무 보고도 나한테 직접 하도록.”

“알겠습니다.”


시즈네의 대답을 듣고서도 츠나데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쯧…, 하고 혀를 찼다.

이렇게 한가로운 시절에 마을에 들어오는 일이란 대부분이 C랭크나 D랭크에 속하는 것들이었다. 힘든 임무라고 해봐야 장마나 폭풍, 폭설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곳에 정신없이 불려 다니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잔업들이 어찌나 많은지, 카카시처럼 엘리트로 꼽히는 닌자들도 예외 없이 저랭크 임무에 동원되고는 했다. 박리다매로 닌자들도, 마을도 먹고 사는 형편인 것이다.

문제는 실력 있는 닌자들이 수준 낮은 일을 하느라, 지금처럼 정작 필요할 때 임무배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왕왕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츠나데는 항상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임무는 넘쳐나고 일손은 모자란데 마냥 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으로 화려한 고급인력 낭비라 아니할 수 없었다. 뭐, 이번엔 카카시 반이 예상보다 늦은 거니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츠나데는 뒷맛이 좋지 않다는 표정으로 다음 두루마리로 손을 뻗었다.



.



“……누가 보면 S랭크를 10번은 하고 온 줄 알겠구나. 꼴이 그게 뭣이냐?”

“…그게…… 어쩌다보니…. 면목 없습니다.”


츠나데의 명령대로 복귀하자마자 호카게실을 찾은 카카시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감정적인 츠나데와는 달리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시즈네도 속으로는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카카시가 하고 온 임무는 C랭크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카카시는 닌복이 온통 흙과 자갈들로 지저분했고 잘게 긁힌 상처들 투성이였다. 머리카락도 먼지를 잔뜩 뒤집어 써 은발의 광채를 잃고 칙칙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카카시가 누가 봐도 엄청나게 지쳐 보인다는 것이었다. 기력을 다 잃고 죽을 날 받아 놓은 노인네처럼 축 처진 어깨와 표정이 보는 사람의 기운까지 앗아갈 지경이었다. 총기를 잃어버린 눈빛은 우울함마저 엿보였다.

카카시의 행색을 빠르게 훑어본 츠나데는, 움직임이 불편할 정도로 부상을 당한 건 아니라는 점에 일단 안심했다. 그리고 잠시 어찌된 영문인지 더 캐물어 볼까 고민하다가, 이 입 무거운 놈을 잡고 추궁을 하느니 같이 갔던 사쿠라에게 물어보는 편이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시답잖은 이유를 핑계로 일부러 복귀를 늦출 놈도 아니고, 우선 다음 임무가 더 시급하니… 궁금해 죽겠지만 잠시 참는 수밖에. 흠, 흠, 가볍게 헛기침을 한 츠나데가 따로 챙겨 두었던 적색 두루마리를 카카시에게 휙 던졌다.


“잠깐 쉬고, 오늘 밤 안엔 출발해라.”


카카시는 힘없는 손길로 두루마리를 펼쳐 확인하기 시작했다.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가 중간쯤에서 멈추고 한숨을 한 번 푹, 쉬더니 두루마리를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았다. 츠나데가 표정으로 무슨 문제냐고 묻자, 카카시는 우물쭈물 자신 없는 눈초리로 츠나데를 바라보기만 했다. 츠나데의 인상이 한층 더 험악하게 구겨지고 나서야, 카카시가 쭈뼛쭈뼛 어렵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만…, 이 임무는… 아니, 어떤 임무도… 당분간…, 어쩌면 다시는… 못할 것 같습니다.”

“뭐라?”


이게 무슨 파쿤이나 씹어 먹을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 츠나데는 어이가 없어 카카시를 노려보았다. 카카시는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고 다시 한 번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푸욱 내쉴 뿐이었다. 시즈네는 츠나데가 책상을 부숴버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세 명이 동상이몽인 채로 잠시간 정적이 흐른 뒤, 츠나데는 간신히 이성을 붙잡았다. 중2병 걸린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물어보기라도 하고 화를 내자는 생각이었다. 번개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긴 있었던 것 같으니까. 마작하러 갈 시간이 점점 늦어짐에 따라 솟구치는 짜증을 참으며, 츠나데가 타이르듯 연유를 물었다. 그리고 카카시가 한 대답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게 우울한 낯빛을 하고 있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그게… 더 이상 챠크라를… 쓸 수가 없습니다.”



.



츠나데와 시즈네가 경악한 가운데, 카카시는 안 그래도 병원부터 가 볼 생각이었다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츠나데는 여기까지 와서 병원 같은 소리 한다며, 의자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벌떡 일어났다. 카카시는 츠나데에게 손목을 잡힌 채 호카게 관저 안에 마련된 진료실로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대략 두어 달 전부터였다. 카카시는 간혹 챠크라가 컨트롤 되지 않는 현상을 겪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이고, 곧바로 다시 인술을 시도하면 평소처럼 문제없이 컨트롤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까맣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타나는 정도로 빈도수도 낮았다. 그러니 웬만한 부상에도 치료를 소홀히 하거나 방치하기 일쑤인 카카시가 이런 일로 병원을 찾을 리 만무했다.

문제는 약 2주 전부터 시작되었다. 갑자기 챠크라가 컨트롤되지 않는 순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챠크라가 물 흐르듯 모이는 느낌이 아니라, 쥐어짜는 것처럼 뚝뚝 끊겨 나왔고 그마저도 일정한 패턴이 없었다. 때문에 인을 맺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특정 신체부위에 필요한 만큼 챠크라를 모으고, 유지하거나 방출하는 기본적인 컨트롤에조차 애를 먹게 되었다.

카카시는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이 커져갔지만,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데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스스로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는 것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괜히 주변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그렇게 버틸 수 있는 것도 초반 며칠뿐이었다. 점점 챠크라를 모을 수조차 없어지는 상태가 되면서 카카시는 정밀검사를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불행히도 그 후부터 지금까지 병원에 가볼 새도 없이 임무에 끌려 다녔지만.

C랭크에 장소도 몇 번 가본 곳이라 별 문제 없을 거라고 여긴 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마지막으로 이 임무까지만, 이라고 생각하며 떠났던 것이지만… 결국 일이 터져버렸다. 특정 지층에서만 나는 돌덩이들을 캐느라 토둔을 계속 써야 했는데, 한창 임무 중에 챠크라 컨트롤을 완전히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네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서 시간이 더 걸렸다?”

“……네.”

“게다가, 가만 앉아서 구경하기 민망하여 맨몸으로 도와주다가 이 꼬락서니가 되었고?”

“………네.”

“네 입으로 말할 리는 없겠지만, 보나마나 임무에서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길에도 여러 번 나자빠졌겠구만.”

“…….”


서른도 넘게 처먹은 마을 굴지의 천재 닌자라는 놈이 병원 가는 게 무서워 몸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했다는 말에, 거기다 남의 나라까지 가서 고작 C랭크 임무 중에 철퍽 철퍽 넘어지고 다녔단 사실에, 츠나데가 마음 한편으로 한심함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증상이 결코 화나 내고 있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타박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츠나데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이었다. 말을 들으며 이미 기본적인 진맥도 마친 상태였다.


“스테미나를 챠크라로 변환하는 데엔 문제없다 했겠다?”

“…네. 생성하는 데엔 아무 문제없습니다.”

“운용이 문제라는 거군….”

“…….”


카카시는 의료닌자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 닌자를 해오면서 기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었다. 전쟁도 두 번이나 치렀고, 본인은 물론 다른 닌자들에게서 셀 수도 없는 다양한 병과 부상들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런 카카시도 지금의 자신과 같은 증상은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면 꽤나 희귀한 경우인 건 분명했다. 따라서 치료도 쉽지 않을 수 있고, 어쩌면…….

카카시는 가만히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지금까지의 일을 말하면서도 차분한 어조였고 표정변화도 거의 없던 카카시였다. 한가롭게 잔 임무나 하며 보내는 평화로운 시절이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은 닌자임을, 잊은 적이 없었다. 생사를 단정 짓고, 삶을 예측하고, 미래를 약속하는 일 따위는 할 수 없는 닌자. 전조를 가볍게 보고 너무 무르게 대처한 건 자신의 불찰이다. 하지만 경위가 어떻든 건강 문제로 더 이상 닌자를 할 수 없게 되거나 하는 건… 카카시에겐 언제나 품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가 실제로 일어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한 각오라는 건 만성화된 기본전제와도 같아서 새삼 다질 것도 없는 것이었다.

진찰대에 걸터앉은 카카시는 평소처럼 멍한 시선으로 발끝만 쳐다보았다. 내심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면서도, 그저 무심한 듯 츠나데의 진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정확한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니, 꼭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확신하기도 일렀다.

카카시의 성격을 모르지 않는 츠나데가 흠, 하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카카시의 머리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확실히 굉장히 드문 증후다. …돌려 말하진 않으마. 나조차 방법이 없을 수 있어.”

“…….”

“뭐, 그땐 내 실험대상이 되어주면 되는 것이고….”

“…….”

“헌데, 의외로 간단히 해결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

“…그렇습니까?”


내내 조용하던 카카시가 물었다. 역시나 평이한 어조였지만, 조금은 반색하는 기운이 섞여있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츠나데는 속으로 작게 웃었다.


“그래, 그러니까 벗어라.”

“……예?”


난데없이 벗으라는 말에 카카시가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방금 전 시즈네가 카카시를 대신할 닌자에게 A랭크 임무를 배정하는 일을 끝내고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들은 말이기도 해서, 더 당혹스러웠다.


“못 들었어? 옷 벗으라니까.”

“에…… 그러니까 어딜….”


츠나데가 나야말로 황당하다는 얼굴로 인상을 썼다. 아니, 삼십대에 나잇값 못하는 이 애물단지 닌자 놈이 몸과 함께 정신머리도 맛이 간 것인가? 이렇게 눈치 없고 둔한 놈은 아니었는데, 사람을 뭘로 보고….


“진맥하게 그 거추장스런 베스트며 답답한 웃통 좀 벗으란 말이다! 내가 성격이 거침이 없기로서니, 아무렴 이 상황에 네 바지라도 벗기고 올라타기라도 하겠느냐?”


……에? 방금… 뭔가 굉장히… 이상한 말이……. 카카시는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발언을 들은 것 같았으나, 자신을 바라보는 츠나데의 눈빛이 맹수처럼 사납고 살벌해서 군말 없이 상의를 모두 벗었다.

좀 전에 머리 쪽을 살펴봤던 츠나데는, 카카시를 밀어 눕히고는 쇄골 아래 중앙부터 맥을 짚기 시작했다. 심장 쪽으로 잠시 옮겨갔던 츠나데의 손이 다시 중앙으로 돌아와, 드문드문 맥을 짚으며 수직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내려갈수록 츠나데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배꼽 근처에서 머물던 손을 뗀 츠나데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갑자기 말도 없이 카카시의 바지 버클을 풀어버렸다. 카카시는 당황해서 순간 몸을 일으켜 말리려고 했지만, 입술을 질끈 문 츠나데의 표정이 너무도 심각해 보여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결국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카카시는 팔로 얼굴을 가린 채 다시 누웠고, 그새 앞섶을 대충 벌린 츠나데는 카카시의 단전에 손바닥을 대고 다시 맥을 짚었다.


“………….”


잠시 가만히 있던 츠나데가 이마에 깊은 주름을 지우지 않은 채 조용히 손을 뗐다. 이 반응만으로도 무언가 불안해서 카카시는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그런 카카시를 심각한 얼굴로 내려다보던 츠나데가 입을 열었다.


“…너, 사륜안으로 네 몸을 살펴본 적은 없느냐?”

“아… 그게, 증상이 심해진 뒤로 시도는 해 보았지만……”

“이미 사륜안도 못 쓸 정도가 되어 있었군.”

“…그렇습니다.”


츠나데는 팔짱을 끼고 말없이 카카시를 내려다보았다. 골치 아프다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보는 사람이 더 갑갑할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차마 결과가 어떠냐고 먼저 물어볼 마음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가볍게 코로만 한숨을 낸 카카시는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으니 부담가질 필요 없다는 얼굴로 츠나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절망적인 결과라면 말해주는 것조차 힘들 츠나데의 입장을 배려해서였다. 조금은 편안하게 풀어진 카카시의 표정을 본 츠나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으이그, 이 화상아.”

“…….”


카카시는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츠나데의 말투가 꼭, 서른이 넘도록 이렇다 할 직장도 없이 집에서 뒹구는 백수가 점심때가 훌쩍 지나서야 일어나 잠옷 바지에 손을 넣고 사타구니를 벅벅 긁어대며 방문을 열고 나올 때, 거실에서 청소하고 있던 엄마가 까치집을 얹어 놓은 머리통에 걸레를 집어 던지며 하는 말 같았기 때문이다.

카카시는 괜스레 한쪽에 서 있는 시즈네를 흘끗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몰려들었다. 아니, 무슨 일인지 말이나 해주고 타박을 하실 것이지… 츠나데님은…. 반응으로 보아 심각한 일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란 마음도 들지만, 이런 상황도 썩 달갑지는 않았다. 카카시는 다시 몸을 일으켜 앉아 옷을 추스르며 푸욱 한숨을 냈다.


“…대체 어떤 일이기에……”


방금 전의 황당함이 아직 다 가신 것도 아니건만, 그 말은 카카시가 이 이후로 들을 말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츠나데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필요이상으로 커다랗게 외쳤다.


“변비다!”






- To be continued











 

2013. 2. 23. 04:0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