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시간 내내 꾸벅꾸벅 졸면서 써서 뭐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에 네이버에 힛 걸어놓고 리퀘는 안 받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당첨되신 SD님께서 느무 억울해하셔서 조각글이라도 드리겠다고 했었어요. 이 글을....... 보시려나? 아무튼.. 좋아하실 것 같진 않지만(.....) 받아주세요.
요기.
나루카카 - 무제 dedicated to SD님.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은 대부분 잃기 전엔 그 소중함도, 그 따뜻한 존재감도 미처 알지 못했던 무언가일 텐데. 이것은 조금 이상하다. 새파란 창공같은 눈동자를, 눈부신 여름 햇살 같은 머리칼을, 세상을 다 가진 듯 득의만면한 웃음을…… 나는 너무도 소중히 여겨왔을 텐데. 보면서도 그리워 했고, 뒤쫓으며 애달파 했는데. 분명히 그랬을 텐데……. 다시는 볼 수 없는 그 모습이 이토록 시야 가득 떠올라- 사실은 내가 알았던 것보다도 더욱 해사했던 것 같아서, 지금껏 느껴왔던 것보다 훨씬 더 따뜻했던 것 같아서, 그런데 내가 모른 채 지나쳤던 것 같아서……. 그것이 이제야 너무나도 아쉬워 깊은 기억 속을 더듬고 또 더듬는다. 이 어리석음을 멈출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더 그 파란 시선을 들여다 볼 것을. 한 번이라도 더 그 금빛 머리칼을 쓰다듬어 볼 것을.
"……미안해, 선생님."
"……."
"그리고 좋아해."
"……."
"나…… 이제 절대로, 선생님을 그렇게 두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카카시 선생님, 내가, 내가…… 미안해, 나, 이러는 게 정말 뻔뻔하다는 건 알지만……."
"……."
"선생님 마저 잃고 싶지 않아."
언제나 네 뒤에 서 있던 나를, 돌아봐주지 않는 것이 원망스러웠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앞으로도 결단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너의 그 말에 대답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야.
"나루토."
"응, 선생님."
"……내가 밉지 않아?"
"내가 왜 선생님을-"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친구를 죽였잖니. 아니면 사쿠라의 말을 인정한 건가? 네가 사스케를 포기하지 못했던 건, 단지 집착일 뿐이었다는 말."
예전이라면 이런 말 할 수 없었을 텐데. 상처받아 일그러지는 너의 얼굴을 마주하는 게 무엇보다 괴로웠으니까. 사쿠라에겐 무력한 약속으로 힘들게 했고, 사스케는 내 손으로 목숨을 거두기까지 했는데. 이제는…… 이제는 너에게도 상처를 내는구나, 나는. 다 아물지도 못한 곳을 또 찌르고 할퀴고. 단지 내 이기심 때문에.
"난……, 솔직히 잘 모르겠다니깐. 하지만 이제 한 가지는 알아. 동료 하나 구하지 못 하는 놈이 호카게가 될 수 있겠냐고 큰 소리쳐 놓고…… 동료의 등을 쫓느라 정작 내 등 뒤에 서서 날 지켜주고 있는 사람은 돌아보지도 못 했다는 걸. 선생님의 마음은…… 선생님의 괴로움은, 생각조차 못 했다니깐. 선생님이 날 구하기 위해 목숨도 내던지며 뛰어 들던 그 순간 까지도…… 그게, 난 그게 너무 미안해서……."
"……."
"선생님이 미운 마음 같은 건 조금도 없어. 이렇게 된 건 다 내 탓이니깐. 집착이란 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눈이 너무 어두워져서 사랑 받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게 되는 상태라면, 그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동료니 뭐니, 난 사스케에게 그런 말을 떠들 자격조차 없었는데……."
나루토의 우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어도 내 기억 속의 너의 모습은 미소만이 가득해. 너는 그렇게 강한 아이고, 나는 언제나 조금은 비겁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치기만 하고, 그래서 상대에게 잔인한.
"곁에 있던 사스케가 마을을 나가고, 너는 처음으로 얻은 친구를 잃은 거였으니까…… 누구도 그런 걸로 널 원망하진 않아, 나루토."
"……선생님…도……?"
"당연하잖니."
이제는 내가 너를 원망하지 않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다. 네 앞을 가로막고 서서 적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도, 네 등 뒤를 쫓으며 지켜줄 수도, 네가 소중해 했던 이를 곁에 데려다 줄 수도……
"하지만 나루토…… 네가 지금 나에게 가진 마음도, 사스케의 경우와 같아."
"…무슨 말이냐니깐……?"
"나를 잃을 뻔 했던 것 때문에 착각하고 있는 거라고."
"집착……하는 거라고? 그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분명히 얼굴 가득 흐르고 있을 네 눈물을 닦아주긴커녕 바라볼 수조차 없는데. 이제 나는, 아무 쓸모가 없는데……. 두서없는 손길로 추억을 어루만지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나에게, 네 얼굴을 쓰다듬는 것 조차 더듬더듬 길을 찾아야 하는 나에게, 너의 모든 것을 쏟게 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너에게 또 하나의 낫지 않는 상처를.
"한 번은 경험했으니 너도 알 수 있겠지. 감정에 침몰해 있는 넌 스스로 그 감정을 정의할 수 없어. 사스케와는 다르다고, 확신할 수 있어?"
"……."
노련한 어른의 구변을 아이는 당해내지 못한다. 분한 듯 흐느끼는 소리와, 언제나 아찔한 너의 체취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환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못한 채 부유한다. 이제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그 미소를 향해-
나루토…… 알고 있니? 때로는 상처 주는 쪽이 더 아프다는 것을.
너에게는 닿지 않을 마음과 너에게는 보이지 않을 눈물을 흘려보낸다. 분명히 이제는 흐를 수 조차 없을 텐데도, 눈가가 타는 듯이 아파온다. 마치 모든 빛을 잃었던 그 순간처럼. 목숨도 아깝지 않았던 일에 후회는 하지 않아. 너무 늦지 않았느냐고 원망하지도 않아. 다만 아쉬울 뿐이다.
조금이라도 더 선명하게 담아둘 것을. 파란 눈동자를, 샛노란 머리칼을, 찬란한 미소를, 그 강렬한 오렌지빛 광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