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시.
생각해보니 내 자네 이름 한 번 제대로 불러본 적이 없네.
그것을 이리 쓸쓸한 바람 날 저무는 시절에야 깨달으니,
이 어찌 어리석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이리 미옥하고 불민하여
자네에게 폐만 잔뜩 끼치고 가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뿐이네.
하지만 카카시…….
염치없지만 내 부탁이 하나 있네.
내 이기적인 고집을 한 번만 더 들어주게.
내 어리석은 고백을……
한 번만 더 받아주게.
카카시.
봄꽃처럼 짧았던 그 순간이
내게는 끝없이 이어지는 계절과도 같았네.
햇빛이 높이 타오르면 꽃은 지고
밤이 아득히 길어지면 낙엽도 스러지지만
그래도 어느새 그 자리에 다시 피어오르듯
내게는 그 시간이 그러했어.
그러니 내 후회는 없네.
그러하니 자네는 부디 남아주게.
카카시.
나는… 나는 그리 생각하네.
세상 모든 것은 언젠가 지고 또 언젠가 다시 피어난다고.
그믐의 깊은 어둠이 달을 아주 삼킨 것은 아니듯
새벽을 지나면 어김없이 찬 달이 구름을 걷어내듯
그렇게 말이네.
카카시.
다음에 피는 꽃은……
어쩌면 죄없이 아름답지 않겠나?
나는… 나는 그리 생각하네.
그러니 카카시…….
어느 꽃피는 계절
내 반드시 처음처럼 그대를 찾아갈 것이네.
내 언젠가 꼭 그대를……
그러하니 자네는 부디 남아주게.
어리석은 내가 헤매지 않도록……
자네는 부디 변함없이 있어주게.
처음처럼 그곳에.
노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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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 날의 바다는 퍽 다정했었지.
아직도 나의 손에 잡힐 듯 그런 듯 해.
부서지는 햇살 속에 너와 내가 있어
가슴 시리도록 행복한 꿈을 꾸었지.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너의 목소리도 너의 눈동자도
애틋하던 너의 체온마저도
기억해내면 할수록 멀어져 가는데
흩어지는 널 붙잡을 수 없어.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그때는 아직 네가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물다섯, 스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