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ry Filter - I stay here

끝없는 어둠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멈춰서 있을 순 없었다

이 심장이 뛰던 그 순간부터
난 걸어야했다
잡을 수 없이 수많은 감정들
날 조각냈다
난 찾아야 했다

Why do I stay here?
까맣게 더럽혀진 내 안을
새하얀 거짓으로
애써 닦아 내며

I stay here
뜨겁게 흘린 눈물들 모두
안으로 더 안으로

너라는 낯선 설레임에 닿았다
내 맘은
눈부신 기쁨에 날아올랐다

삶의 의미를 눈물의 이유를
알 수 없던 모든 감정들을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엔 끝이 있었다

Why do I stay here?
그렇게 끝이 나도 내 안엔
뜨겁게 타오르는
기억들이 남아

I stay here
끝없는 어둠속에 일순간
너무나 눈이 부신
푸르름이 되어
날 일으켜 세워

차라리 난 미칠 듯이 헤메이다
그만 그만 나를 잃고서
아무것도 그립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지

Why do I stay here?
흩어진 마음들을 모아서
이렇게 다시 한 번
걷기 시작하지

I stay here
외로운 여정만은 아니지
소중한 기억 하나
걸어 두었으니
날 찾아가네





부서진 소리들이 아직도 내게 말을 건다
아무것도 그립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는데
이제와서 새삼
그게 불가능하리란 걸 깨닫는다

원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을
치워낼 가치가 없어서 그대로 둔 것이 아니라
버릴 수 없었던 것 뿐이라는 것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거기에 있는 거니까
산산조각난 채로

절망과 환희의 흔적으로서
어쩌면 넘거나 이겨야할 상대로서
미욱한 고향의 향기로서
그렇게 전혀 다른 의미로

그리고 그건 애석하게도
환상일 때보다 훨씬 아름답다


흑과 백으로 끊임없이 장난을 치던 너를
현란하고 능숙하게 모순과 욕망을 포장하던 너를
그만큼 초라한 너를
그보다 더 초라한 나를

......




이제 끝이 해져가는 이미지도
마지막을 느끼고서야 생각한다

얼마나 미워했는지를
그렇게 실은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적이 없으면
싸울 필요도 지킬 필요도 없다는 것을

내 등뒤로 숨겨둔 나를 사랑하는 만큼
팽팽하게 당긴 활시위를 결코 놓을 수 없고
살 끝에 겨눈 것들을 미워하는 만큼
기쁠 수도 행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정에 가려 쉽게 잊어버릴 뿐
어느 쪽이나 소중한 건 같다
의미는 반대여도 꼭 같은 무게로
그렇게 적으로서 존중해

그러니까 이제
시간 속에 그 옷자락을 숨기면
마지막 바람 한 줌, 허공속에 남을 그 궤적에
비로소 말해줄게

그 모든 것을 다
사랑했다고

그렇게 내가
살 수 있었다고



날 살게 해준 모든 것들에
경의를 표하고 싶은 밤.






2014. 10. 18. 23:34

+ Recent posts